세대와 언어를 초월해서 읽히는 좋은 작품을 우리는 고전이라고 부른다. 작품의 가치는 대개 오랜 시간의 검증을 통해 선별되기 마련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출간되자마자 한 눈에 알 수 있기도 한 법. 「샬롯의 거미줄」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바로 그러했다. 생명의 순환, 그리고 진정한 우정이, 뚜렷한 개성을 가진 등장인물(그리고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생히 전달되고 있는데다가 어느 문장 하나 빠뜨릴 수 없어, 어린이문학 아니 "문학"의 훌륭한 전범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치를 맨 먼저 알아차린 것은(좋은 어린이 책의 경우 언제나 그렇듯이) 바로 어린이들이었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미덕은 인물과 동물 사이에 감정, 움직임의 묘사에 공정한 무게를 두었다는 데 있다. 동물들의 말을 알아듣는 편이 야단스러운 아이로 여겨지지 않는 것도, 거미가 쥐의 도움으로 거미줄에 글자를 새기는 것이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 '신비로운' 자연의 힘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작가의 섬세한 의도에 의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과 환상의 간극을 자유롭게 옮겨다니며 자라는 어린이들을 아주 잘 이해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기도 하다. 아직도 출간되고 있는 「샬롯의 거미줄」에 대한 수많은 연구서들은 그에 대한 경의의 표시일 것이다.
▶ 작품 내용
윌버는 함께 태어난 형제들 중에 가장 작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할 뻔한 무녀리 돼지이다. 농장 주인의 딸인 펀은 아빠를 설득해 윌버를 구해내 정성껏 키운다. 새로 옮겨간 농장에서 윌버가 만난 친구는 거미 샬롯이었다. 윌버는 여러 모로 다른 샬롯 때문에 갈등도 겪지만 둘은 아주 좋은 친구가 된다. 그러나 농가의 가축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윌버도 "식탁용" 돼지였다. 크리스마스에 윌버가 햄으로 만들어 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윌버는 겁에 질려 울부짖지만, 사려 깊고 침착한 샬롯이 윌버를 살려낼 묘안을 낸다. 바로 거미줄에 윌버를 위한 근사한 문구를 짜 넣는 것이었다. 그 첫 번째 시도는 "근사한 돼지"였고, 사람들은 샬롯의 예상대로 윌버를 기적을 부르는 돼지라 여겨 햄으로 만들기는 커녕 특별 대우를 해준다. 샬롯은 죽을 때까지 힘을 다해 윌버를 위해 거미줄을 짜 놓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쓸쓸하게 죽어간다. 윌버에게 남은 것은 언제나 그렇듯 생명을 순환시키는 대자연의 농장과 샬롯과의 잊지 못할 우정, 그리고 이제는 윌버가 돌보아 주어야 할 샬롯의 새끼거미들이다.
◎ 목차
1. 일찍 일어나는 사람에게 생기는 행운
2. 행복한 날들
3. 탈출 소동
4. 생애 최악의 날
5. 내가 네 친구가 되어 줄게
6. 농장의 새 가족
7. 불길한 소식. 그러나
8. 애러블 부인의 걱정
9. 윌버. 거미줄 짜기에 도전하다
10. 썩은 거위알. 샬롯을 구하다
11. 거미줄에 나타난 계시
12. 중요한 회의
13. 근사하기까지 한 돼지
14. 도리언 박사의 진단
15. 가을이 오는 소리
16. 우유 목욕
17. 강적 등장
18. 품평회장의 밤
19. 필생의 역작
20. 특별상 시상식
21. 샬롯을 두고 가는 길
22. 그리고 남겨진 것들
◎ 본문중에서
펀은 무엇보다도 윌버를 사랑했다. 윌버에게 우유를 먹이는 것과 윌버를 쓰다듬는 것과 잠재우는 것을 좋아했다. 매일 아침이면, 펀은 일어나자마자 우유를 데우고 윌버에게 턱받이를 채워 주고 윌버가 우유를 먹기 쉽게 병을 잡아 주었다. 오후에 집에 도착하면, 학교 버스에서 뛰어내려 곧장 부엌으로 달려가 윌버에게 줄 우유를 담았다. 그리고 저녁 식사 때와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한 번씩 더 먹였다. 펀이 학교에 가 있는 점심때에는 애러블 부인이 윌버에게 먹이를 주었다. 윌버는 우유를 아주 좋아했고, 펀이 우유를 데울 때가 가장 행복했다. 그때마다 윌버는 뒷다리로 서서 존경의 눈으로 펀을 쳐다보곤 했다.
태어나서 처음 며칠 동안, 윌버는 부엌의 난로 옆 상자에서 지냈다. 그러다 애러블 부인이 성가셔해서 헛간에 있는 좀더 커다란 상자로 옮겼다. 이 주 후에는바깥으로 나왔다. 사과꽃이 피는 철이었다. 날은 점점 따뜻해지고 있었다. 애러블 씨는 사과나무 아래에 특별히 윌버를 위해 작은 마당을 만들고 짚을 가득 채운 커다란 나무 상자를 놓아 주었다. 상자에는 윌버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문도 나있었다. 펀은 애러블 씨에게 물었다. "밤에 춥지 않을까요?" "춥지 않을 거다.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한번 보렴." 펀은 우유를 한 병 가져와 마당의 사과나무 아래에 앉았다. 윌버가 달려왔다. 윌버가 우유를 빠는 동안 펀은 우유병을 받쳐들고 있었다.
(2. 행복한 날들 | P.17-18)
◎ 작가/역자 소개
엘윈 브룩스 화이트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코넬 대학을 졸업했다. 뉴베리 우수작인 <우정의 거미줄>과 <스튜어트 리틀>로 1970년에 로라 잉걸스 와일더 상을 받았다. <백조의 트럼펫>은 미국 도서관협회에서 우수 어린이책으로 선정했으며, 이 외에도 17권의 산문집과 시집을 발표하였다. 1973년에 미국 문인협회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 미디어 리뷰
판타지동화서 배우는 삶의 가치
어느 날 방송에서 아들 셋을 가진 왕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걸 듣던 이젠 다 큰 아들이 “엄마는 누가 왕위를 이어갈지 아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막내아들이다. 그것이 동화인 경우에는. 어릴수록, 그리고 현실에서 힘이 약할수록 주인공이 되는 동화의 구조를 아들은 이미 파악한 모양이다. 아들은 이제 더 이상 동화를 읽으려 하지 않는다. 인간사를 알기 시작하면서, 보통 사람들이 오글거리는 이야기에는 흥미를 잃은 듯했다. 그런 아들에게 권해줄 생각으로 내가 먼저 읽다가 오히려 내가 더 빠져버린 책이 있다.
<샬롯의 거미줄>에서 돼지 윌버는 너무 약하고 작게 태어나 죽을 처지에 놓이지만, 주인집 딸이 불공평하다며 항의하여 목숨을 건진다. 헛간에서 살게 된 윌버는 거미 샬롯과 친구가 된다. 샬롯은 겨울이 오면 도살돼 햄이나 베이컨이 될 친구 윌버의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윌버의 우리 위에 ‘대단한’ ‘근사한’ ‘눈부신’이라는 단어를 거미줄로 짜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는 ‘겸허한’이란 말까지 윌버에게 붙여준다. 윌버 또한 샬롯의 표현대로 ‘대단하고 근사하고 눈부시고 겸허한’ 돼지가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책 속에 나오는 샬롯의 말처럼 친구란 서로를 ‘승격’시키는 존재인가 보다.
<버드나무 숲에 부는 바람>은 숲과 그 근처에 사는 신중하고 주의 깊은 오소리, 현실적이고 착한 물쥐, 약간 둔하지만 친구에게 충직한 두더지, 사고뭉치 두꺼비가 엮어내는 이야기이다. 동물간의 우정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사랑과 그 자연 세계의 위험을 이겨내고 돌아갈 내 집에 대한 그리움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샬롯의 거미줄>보다 이야기의 진행 속도가 느리고 자연에 대한 묘사가 많으므로, 아이가 혼자 읽기 힘들어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 않아도 된다. 한 장씩 따로 읽어도 될 만큼 독립적이다.
동물들이 등장하는 동화를 읽으면서, 어떻게 동물이 생각을 하고 말을 하느냐고 따지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그렇게 볼 때, 아이들은 오히려 어른보다 자연스럽게 판타지를 받아들인다. 이미 다 알아버렸다고 생각하는, 그래서 지레 관심조차 갖지 않는, 그러나 내 아이들이 꼭 좀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진리나 우정 사랑 희생 같은 가치를 전달하는 그릇으로 판타지 동화를 권하는 이유이다.사실 동화가 세월이 지나면 바로 그 배경의 사실성 때문에 재미를 잃는 반면, 좋은 판타지 동화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삶의 가치를 세대를 이어가며 전달할 수 있다.
한국일보
강은슬기자
2003.05.23
'샬롯의 거미줄'
대개의 어른들은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동화를 읽는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어떤 동화들은, 읽고 있노라면 나와 아이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걸 느끼게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지만 아이도 어른도 인간이라는 동일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고, 동화도 소설도 다같이 ^문학 ^ 이기 때문에 그렇다. ^샬롯의 거미줄 ^은 그런 동화 중의 하나이다. 너무 작게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죽임을 당할 뻔한 꼬마 돼지 윌버가 너무 불공평하다며 항의하는 여자아이에 의해 목숨을 건지고 샬롯이라는 이름의 거미의 도움으로 ^대단한 돼지 ^ ^근사한 돼지 ^ ^눈부신 돼지 ^ 그리고 마침내 ^겸허한 돼지 ^ 가 되는 이 이야기는 무엇보다도 샬롯과 윌버가 서로의 삶을 ^승격 ^ 시켜주는 굉장한 우정의 이야기이다. 나무와 하늘과 햇빛과 바람으로 감지되는 시간의 흐름, 친구의 죽음을 유보하기 위해 ^아둔한 ^ 인간을 감동적으로 속이는 거미의 죽음, 이기적인 현실주의자 템플턴(쥐) 그리고 능수능란한 몇 마디 말을 통해서 템플턴을 움직이는 늙은 양‥. 주커만씨의 농장 헛간에서 일어나는 이들의 삶을 지켜보노라면 누구라도 빛과 소리와 냄새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에 민감해진다. 그리고 언뜻언뜻 윌버처럼 편안하고 행복한 것 같은, 삶을 사랑하며 자신이 세상의 일부라는 것이 아주 기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처럼 시종 부드러움과 진지함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 작품은 거친 일상 속에서 상대적인 가치관에 휘둘리는 현대인들에게 기억 속에 묻혀있던 오래된 진실들을 가만히 드러내 보여준다.
중앙일보
최윤정 어린이문학평론가
2001.04.19
'샬롯의 거미줄'
몸집이 작다는 이유로 죽음을 당할 뻔한 새끼돼지 윌버. 농장주인의 딸 덕분에 목숨을 건져 다른 농장으로 옮겨간다. 그곳에서 거미친구 샬롯을 사귄다. 크리스마스 때 윌버가 햄으로 만들어질 것이란 소문이 돌자 샬롯은 묘안을 짜낸다. 거미줄에 ‘근사한 돼지’란 글자를 새겨놓은 것. 이로 인해 윌버는 기적을 만드는 돼지로 특별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샬롯은 자신을 희생하고 쓸쓸하게 죽어간다. 윌버가 보살펴야 할 새끼거미들을 남겨놓은 채. 농장을 무대로 한 자연과 생명의 순환 원리, 친구 사이의 진정한 우정이 동물들의 이야기속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작가는 영화 ‘스튜어트 리틀’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초등 고학년용.
경향신문
한윤정기자
2001.04.19
우정에 감격해 울어본적 있나요
<샬롯의 거미줄>은 지난해 국내 개봉돼 어린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 <스튜어트 리틀>의 원작자 앨윈 브룩스 화이트가 말하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쓴 또 다른 소설이다. 52년 미국에서 처음 나와 `문학작품으로서 완벽하고 기적적이다 ^라는 뉴욕 타임즈의 평과 함께 베스트 셀러가 됐으며 그 이후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전세계 어린이들의 곁을 지켜온 고전이다. <스튜어트 리틀>이 인간 가정에 입양된 햐얀 생쥐가 사람과 한 가족이 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소설인데 비해 <샬롯의 거미줄>은 꼬마 돼지 윌버와 거미 샬롯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윌버는 함께 태어난 형제들 중에서 가장 작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할 뻔한 무녀리(한배 새끼 가운데에서 맨 먼저 태어난 새끼) 돼지다. 농장 주인의 딸 펀은 아빠를 설득해 윌버를 구해내 정성껏 키운다. 하지만 윌버는 펀의 삼촌네 농장으로 팔려가고 그곳에서 그는 커다란 회색 거미 샬롯을 만난다.
샬롯과 좋은 친구가 된 윌버는 농장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농가의 가축이 대개 그러하듯, 윌버도 `식탁용 ^ 돼지였다. 크리스마스에 윌버가 햄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윌버는 겁에 질려 울부짖고 사려깊은 샬롯은 윌버를 살려낼 묘안을 짜낸다. 바로 거미줄에 윌버를 위한 근사한 문구를 짜넣는 것이었다. `대단한 돼지 ^로 시작된 문구는 `근사한 돼지 ^ `겸허한 돼지 ^로 이어지고 사람들은 샬롯의 예상대로 윌버를 기적을 부르는 돼지라 여겨 햄으로 만들기는 커녕 특별대우를 해주며 윌버는 동물 품평회장에 나가 특별상을 받기까지 한다. 샬롯은 있는 힘을 다해 글이 새겨진 거미줄을 짜놓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쓸쓸히 죽어가고 윌버는 샬롯과의 우정을 잊지 못하며 샬롯이 남겨 놓은 새끼 거미들을 돌본다. 순진한 돼지 윌버와 영리하고 속이 깊은 거미 샬롯이 그려내는 우정이 눈물을 자아낼 만큼 감동적이다. 댓가가 없으면 다른 사람을 결코 도와주지 않는 쥐 탬플턴과 능수능란한 몇마디 말로 그런 템플턴이 거미줄을 짜는 샬롯을 돕게 만드는 늙은 양, 새끼 거위 등 윌버, 샬롯과 함께 농장 헛간에 사는 동물들의 삶이 감칠맛나는 문체로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있다. 시종 부드러움과 따뜻함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 작품은 거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우정과 사랑의 소중함을 새삼 생각케 한다.
한겨레신문
신복례기자
2001.02.07